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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원희새벽] 파도의 끝자락

by Sis시스 2024. 10. 6.

 

 

[새원새]  파도의 끝자락

 

KPC 유새벽

PC 채원희

 

 
파도의 끝자락
 
w. 이오
 
KPC 유새벽
 
PC 채원희
 
—-
 
00. 그날은 무척 추웠어​
 
가을입니다
 
바람을 타고 젖은 향이 날아옵니다.
 
곧 비가 올 것 같네요.
 
원희는 베란다 창가 앞에서 창틀에 기대 밖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낮인데도 거리는 죽은 듯이 조용합니다.
 
하늘은 급격하게 바랜 회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으며
 
바람에 흔들려 나뭇잎이 스쳐대는 소리가 원희의 주변을 메웁니다.
 
...흩어져 있던 정신을 바로잡으면 어렴풋한 시야로 달력에 친 빨간 동그라미 표시가 보입니다.
 
' 11.08 유새벽 기일 '
 
오늘은 사랑하는 그의 첫번째 기일입니다.
 
저녁에 납골당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아직 이른시간이긴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준비를 해야죠.
 
격식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섭니다.​
 
버스를 타고 갈 예정입니다.
 
01. 하늘은 온통 흐렸고​
 
‘ 이번 정류장은 납골당 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
 
버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원희는 천천히 밖으로 걸음을 내딛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물에 젖은 솜 같이 무겁습니다.
 
납골당 입구 앞에 섭니다.
 
처음 이 납골당에 왔던 그 날을 상기해봅니다.
 
...기분이 어땠나요? 생각이 나나요?
 
채원희:… 생각이 안 날 수가 없어. 넋은 빠지고, 현실감은 없고.. 아직 네 온기가 내 모든 감각에 선한데. 그를 잊어버릴 날이 온다는 것이 두려웠고, 동시에. …… 너무너무 보고싶었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들어갈까요? 그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채원희:( .. 옅게 한숨을 폭 내쉬고는 한 발 한 발, 서둘러 내딛는다. 혼자서 얼마나 외로울까, 바보같은 유새벽. )
 
납골당 안은 흰 톤의 인테리어로 깔끔하고 넓은 구조입니다.
 
아주 고요하며 밝은 조명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누군가를 기억하며 묵도하기에 좋은 공간입니다.
 
[ 꽃가게 / 화장실 / 경비실 / 납골당1 / 납골당2 ] 에 갈 수 있습니다.
 
채원희:( .. 바로 보러 가고 싶지만, 빈 손으로 가는 것은 영 예의가 아니기도 하고. 있잖아, 향이 제일 기억에서 빨리 사라진대. 위에서 보고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잠시라도 냄새 맡고 내 생각 해줬으면 싶어서. …… 꽃가게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
 
추모 전용 꽃을 파는 꽃가게입니다. 생화보다는 조화의 비율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풍기는 꽃내음은 아마 가게 주인이 놓은 디퓨저 덕인듯 합니다.
 
채원희:… 향으로 발을 잡아보려 했건만, 세상에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 ( 꽃을 구입합니다. 한… 5송이 정도. )
 
주인은 노란 장미를 5송이 건넵니다.
 
채원희:( 주인에게 꾸벅, 인사하고. 발걸음을 틀어 납골당 1로 갑니다. … 이제, 보러 가야지. 보고싶으니까. )
 
새벽의 납골함은 분명 이 자리에 있을 겁니다.
 
위에서부터 하나 둘, 오른쪽에서 둘, 셋, 넷....
 
어라. 이상합니다.
 
새벽의 납골함이 있어야 하는 자리에,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습니다.
 
채원희:……… 뭐야? ( 멍하니. 응시하다, 그 자리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어디간거야? )
 
자리를 착각했을까요? 그럴리가 없습니다.
 
이 자리를 몇 번이나 와서 보고 또 보았는데요.
 
다시 납골함 자리를 보아도 다른 납골함을 모조리 살펴봐도 새벽의 납골함은 없습니다.
 
마치 이 곳에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 처럼요.
 
채원희:……… ( 이건. 이건 이상하다. 다급하게 발걸음을 돌려 경비실에 갑니다. )
 
납골당을 경비하고 계시는 분이 계시는 곳 입니다. 작은 창문이 보입니다.
 
경비가 자리에 앉아있네요.
 
채원희:… 저, 반갑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새벽… 유 새벽 씨의 납골함이 없어서 그런데. 위치가 변동되었나요. 아니, 그렇다기에는. 전, 전 아무 이야기도 듣지 못했는데……
 
경비:그런 납골함은 애초에 이곳에 들인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이름도 처음 듣습니다만… 납골당 위치를 착각하신게 아닙니까?
 
채원희:…… 아니, 그럴 리가 없습니다. 다시 한 번 확인해주세요. 정말, 정말 없습니까?
 
경비:(경비실의 납골함 명단을 보여주며) 없습니다. 직접 확인해보세요. 방문객 분께서 착각을 하신 듯한데요…
 
채원희:……… ( 인상을 한 번 찌푸리고는, 없는 것을 확인하자. 대충 인사한 후 다급히 납골당 2로 갑니다. 아니야, 없을 리가 없어. 내가 뭔가 착각한 거겠지. 안돼, 그것마저 없으면. 나는, 나는 살 이유가… )
 
'노루귀꽃관' 이라는 이름의 납골당입니다.
 
다른 납골당들과 마찬가지로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새벽의 납골함은 없습니다.
 
채원희:…… (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이상해, 이상하다. 혹시나 싶어, 휴대폰을 켜 확인해봅니다. 내가, 날짜를 헷갈렸나? )
 
날짜는 11월 8일, 그의 기일이 맞습니다. 다만… 어디에도 그의 납골함이 보이지 않습니다.
 
채원희:………… 아, 아. 아니, 이건. 이건 아니잖아. 왜, 나에게.. ( 떨리는 동공, 어째.. 이상하네, 눈 앞이 희뿌얘. 거칠게 눈을 벅벅, 부빈다. ..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눈 앞이 흐리다는 투로 핑계삼고는, 손에 든 노란 꽃만 품 안 가득 꼬옥. 끌어안는다. )
 
정신없이 머리를 굴리고 있으면 문득 귓가에 시계 초침소리가 들려옵니다.
 
분명 짧은 시간이었던 게 분명한데 벌써 3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경비가 돌아다니다 당신을 보고는… 측은한 얼굴로 이제 문 닫을 시간이라며 당신을 보냅니다.
 
이제는 돌아가는 길 뿐입니다.
 
채원희:…… ( 한 동안 멍하니 서있다가, 스스로의 볼을 세게 짜악. 내려치곤, 곧 발걸음을 옮깁니다. 돌아가야지. … 돌아가서, 다시 생각해보자. )
 
01-1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버스 창문 밖으로 해가 저무는 광경이 보입니다.
 
납골당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 비가 내렸었는지 구름이 많이 걷혀있습니다.
 
하늘이 온통 주홍빛입니다. 황혼이 아름다운 계절이라는 호칭에 걸맞는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납골당에 가던 때처럼 멍하니 버스 창밖을 응시하며 해질녘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원희 [관찰] 판정
 
채원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언뜻 보았지만 익숙한 사람이 보였습니다.
 
당신과 잠시 눈이 마주쳤나요? 살짝 미소를 지어줍니다.
 
아주 그립고, 슬픈 기분이 듭니다. 설마?​
 
황급히 그 자리를 살펴봅니다.
 
하지만 멀어지는 탓인지, 혹은 정말로 잘못 본 것인지,
 
그를 닮은 사람 조차도 찾을 수 없습니다.
 
버스는 이미 장소를 벗어났고 내린다해도 그 곳에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정말 잘못 본 걸까요? 당신의 간절한 희망이 만들어낸 허상이었을 뿐일까요?
 
잠시뿐이지만 방금 보았던 그 사람의 스쳐 지나가는 얼굴이 선명하게 기억에 박힙니다.
 
무언가 목에 턱 막히는 느낌이 듭니다.
 
... 하지만 그럴리가 없잖아요. 비슷한 사람이었을 겁니다.
 
새벽은 분명 죽었잖아요. 장례를 치루고, 안치시키고, 영정사진을 보았잖아요.
 
분명 오늘 하루 감정을 너무 많이 썼던 탓 일겁니다.
 
창가에서 눈을 돌려버리면 원희의 뺨을 적시던 붉은 빛이 점점 어두워집니다.
 
덜컹거리는 버스에 원희의 몸이 정처없이 흔들립니다. 그건 분명 헛것이었을 겁니다.
 
자기 전 침대에 앉아서 하루를 되짚어보지만 역시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 입니다.
 
어두운 방이 오늘따라 더욱 칠흑입니다.
 
누군가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밤입니다.
 
...일단 한 숨 자고 일어납시다.
 
02 가랑비가 떨어지기 시작했어
 
" …..금일 ..오후에는 가랑비가 내..릴 예정...입니다. "​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야트막하게 잠이 깹니다.
 
햇살이 원희의 눈가를 간질입니다.
 
밖에서는 새들이 간드러지게 지저귀는 소리가 들립니다.
 
살짝 열린 창문 틈새로 불어오는 잔바람이 원희의 속눈썹을 건드리다가 이내 사라집니다.
 
원희는 천천히 눈을 뜹니다. 평소와 같은 자신의 방 천장입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는 알 수 없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찝찝한 기분이 남아 머릿속을 어지럽힙니다
 
생각을 되새김질 하다보니 어쩐지 무딘 손과 발끝이 느껴집니다.
 
원희는 침대에서 일어나 자리를 정리합니다.
 
오늘 다시 가보는 겁니다. 납골당에 말이죠.
 
원희는 침실을 벗어나 집안을 둘러봅니다.
 
...그런데, 어제에 이어 오늘은 원희의 집이 어딘가 이상합니다.
 
원희의 집은 맞지만, 미묘하게 가구의 위치가 다르고 물건들의 위치가 다릅니다.
 
[ 거실 / 부엌 / 욕실 / 서재 ] 조사가 가능합니다.
 
채원희:.. ( 우선 거실부터 둘러봅니다. 이상하네, 뭐에 홀리기라도 한 건가. )
 
넓은 거실에 적막이 가득합니다.
 
큰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거실에 있는 소파와 카펫, 티비, 그리고 원희를 물들입니다.
 
햇빛에도 불구하고 가을이 훌쩍인 탓인지 거실 전체에는 냉기가 흐릅니다.
 
오늘따라 고요가 지독하게 느껴진다면 기분 탓일까요.
 
주변을 살펴봐도 무언가 이상합니다. 원래 이런 물건들이 있었던가요?
 
바닥에서 폴라로이드 카메라 하나를 발견합니다. 오래전 물건인지 작동은 되지 않네요.
 
여기서 크게 알 수 있는건 없을 것 같네요. 다른 곳도 둘러볼까요?
 
채원희:( 후우. 한숨을 포옥, 쉬고는. 부엌으로 가봅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거지. … 내심 속으로는, 네가 살아돌아오길 바라며. )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부엌입니다.
 
싱크대나 인덕션은 며칠 동안 사용한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직접 요리를 해먹지 않았으니 그렇게 특별한 점은 아닙니다.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실팔찌를 하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빨간색과 노란색 실이 잘 어우러져 얽혀있는 모양새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니까 사용감이 느껴집니다.
 
누군가가 오랜 시간동안 착용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익숙한 기분이 듭니다.
 
여기서도 특별한 점은 없어 보여요. 다른 곳으로 갈까요?
 
채원희:.. 하아. ( 잠시 실팔찌 문질, 만지다가. 서재로 향해봅니다. 뭔가 있으려나. )
 
서재에 들어서면 종이 냄새가 흠뻑 흘러나옵니다.
 
원희 [관찰] 판정
 
채원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책상에는 액자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그 안에는 원희가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이 들어있네요.
 
원래 이랬었던가요? 위화감이 듭니다.
 
채원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 아무래도 시야가 흐려진 모양이네…… )
( 정신 똑바로 차리고.. )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 드디어.. )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요?
 
그럴리가 없습니다.
 
분명 이 액자에는 새벽과 원희가 함께 찍은 사진이 들어있었습니다.
 
[ 창문 / 책장 ] 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채원희:( .. 역시 이상하단 말이야. 창문을 살펴봅니다. )
 
암막 커튼으로 창문이 가려져 있습니다.
 
환기나 청소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서재에서 시간을 보낼 때는 대부분 커텐을 치고 집중했습니다.
 
커텐을 거두면 큰 창문이 보이고, 이어서 밝은 가을 햇살이 원희를 적십니다.
 
여기도 뭔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책장을 볼까요?
 
채원희:( .. 역시 꿈은 아닌가. 한숨 푸욱 쉬고는 책장을 살펴봅니다. )
 
책을 꼼꼼하게 종류별로 잘 분류해둔 책장입니다.
 
. 이렇게나 책이 있으니 둘러보다 보면 특별한 책이 한 권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꺼내봅니다.
 
원희 [행운] 판정
 
채원희:
기준치: 65/32/13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순간 책을 떨어뜨릴 뻔했지만 제대로 꺼냅니다.
 
책을 펼쳐서 내용을 본다면, 아직 사용 전인 영화 관람 티켓 두 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채원희:( … 티켓을 집어들고 살펴봅니다. )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영화티켓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티켓이 평범한 형식이 아니라 이벤트 방식으로 발행된 엽서형 티켓임을 알 수 있습니다.
 
티켓은 많이 낡아있네요.
 
이 영화는 새벽이 생전에 보고 싶다고 했던 작품입니다.
 
미리 영화표를 사뒀지만 결국엔 사망하게 되어 사용하지 못했던 표네요.
 
이게 왜 여기에 꽂혀 있을까요. 그래도 집에서 발견한 새벽과 관련된 물건이니 챙겨두는 게 좋겠습니다.
 
채원희:( …… 그래. 기억이 나는 것도 같아. 꼭 같이 보러 가자고 했었는데. 이후 혼자 가기가 두려워 넣어뒀던 기억이 있다. 우선 티켓을 챙기고, 돌아보지 못한 욕실로 갑니다. )
 
다른 공간들과 마찬가지로 말끔하게 정리된 욕실입니다.
 
욕실 내부는 백열등으로 환합니다.
 
수건 찬장에는 보송한 수건이 차곡차곡 쌓여있고, 욕실화도 잘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거울 속에는 홀로 우두커니 서 있는 당신이 보입니다. ​
 
평소보다 안색이 창백합니다.
 
..아니 가만보면 피부가 많이 탁해졌습니다.
 
최근 무리를 많이 한 탓일까요. 전체적으로 몸이 조금 부은 것 같기도 하고요.
 
원희는 문득 깨닫습니다.
 
새벽과 있었던 모든 흔적이 사라져있습니다.
 
처음부터 이 집에 새벽이라는 사람은 없었던 것 처럼 말이죠.
 
같이 썼던 가구, 선물 받았던 물건, 유새벽 그 자체가 없어져버린 것 같습니다.
 
게다가 영문 모를 물건들도 잔뜩 있고요.
 
이게 다 무엇인지.. 어제부터 이상한 일들이 잔뜩입니다.
 
혼란스러운 당신, {이성} 판정
 
채원희:
SAN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1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유새벽: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채원희: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별안간 거실 베란다 쪽에서 물소리가 들립니다. 정확하게는 파도 소리입니다.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베란다로 가까이 갈수록 물소리는 점점 커집니다.
 
하지만 원희의 발이 베란다 턱을 넘어서는 순간,
 
사라집니다.
 
물소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조용한 바람소리만이 베란다를 채우고 있습니다.
 
...
 
아. 이럴 때가 아닙니다. 오늘 다시 납골당을 가보기로 했잖아요.
 
집 안을 살피느라 벌써 시간을 꽤나 소요했습니다. 정신차리고 나갈 준비를 합시다.
 
채원희:( 마른세수 몇 번 하고는, 나갈 채비를 하고 나섭니다. … 아. 오늘따라 네가 너무 보고싶어. )
 
버스 안에서 바라본 하늘은 어제보다 더 흐리고 칙칙합니다.
 
구름 사이로 삐져나온 오후의 햇살이 그나마의 기분을 끌어올립니다.
 
그렇게 원희는 한참동안 덜컹거리는 버스 창가에 기대 사색에 잠겨있습니다.
 
그리운 감정이 뒤섞인 채입니다.
 
원희 [관찰] 판정
 
채원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유새벽?
 
원희는 순간적으로 버스 창밖을 향해 고개가 돌아갑니다.
 
이번엔 착각이 아닙니다. 정말 새벽이 있습니다.
 
방금 지나친 그 장소에 서서 허공을 보고 있었습니다.
 
어제 집에 돌아가는 길에 버스로 지나친 그 장소입니다.​
 
원희는 급하게 하차벨을 누르고 버스를 정차시킵니다.
 
심장이 쿵쾅거립니다. 비슷한 사람이었을까요? 정말 본인일까요?
 
버스의 문이 열리고 있는 게 보입니다. 내려서 얼른 그 사람을 쫓아가봅시다.
 
​원희는 버스에서 내려 아까 보았던 인영이 있는 곳으로 뛰어갑니다.
 
계속 달립니다. 숨이 턱끝까지 차도록, 뜁니다. 머리카락이 휘날립니다.
 
다급하게 밟은 낙엽더미로 인해 형형색색의 단풍이 원희의 주위로 휘날립니다.
 
하지만...
 
​역시 늦었던 걸까요. 그 사람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원희는 주변을 열심히 둘러봅니다. 인파가 너무 많습니다.
 
게다가 원희의 뺨으로 ​툭 하고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먹구름이 하늘을 점점 메우고 있습니다. 그림자가 흐려집니다.
 
그러고 보니 오후에는 비가 온다고 했죠.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빗줄기는 점차 거세지고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당장 피할 수 있는 건물은 보이지 않고 이렇게나 인파가 많아서야 헤치고 지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원희 [건강] 판정
 
채원희:
건강
기준치: 85/42/17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원희는 별안간 속이 확 뒤집힙니다.
 
주변에 있어서는 안 될 무언가가 있습니다. 앞? 뒤? 옆? ..아니면 어디?
 
게다가 갑자기 미칠듯한 추위와 함께 섬뜩한 기분이 듭니다.
 
손이 떨리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아득함입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몸이 비틀거립니다.
 
결국 원희는 주저앉고 맙니다. 온 몸에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원희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유새벽:괜찮아?
 
천천히 고개를 듭니다.
 
채원희:....!
 
원희는 이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이 향수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습니다.
 
들어본 적이 있을 뿐이 아닙니다. 이 목소리를 사랑했습니다. 이 목소리에 평생을 다 바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향수 냄새를 알다 뿐인가요. 몇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도 알아볼 정도입니다. 잊을 수 있을리가 없습니다.
 
새벽입니다.
 
유새벽이 그곳에 서있습니다. 역시 꿈이 아니었던 겁니다.
 
원희를 바라보는 시선에 숨이 멎는 듯합니다.
 
새벽으로 보이는 그 사람은 원희를 향해 우산을 기울여줍니다.
 
우산 그 안쪽에는 노을을 담은 듯한 가을색의 하늘이 담겨져 있습니다.
 
우산 표면에 빗방울이 내리치면서 들려오는 연발음 소리가 허공을 메웁니다.
 
원희, 어떻게 할까요?
 
채원희:……… 아, 아. .. ( 분명 우산을 기울여준 탓에 빗줄기는 느껴지지 않아야 정상일 텐데. 어째 두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흐르는 것이, 아직도 비를 맞고 있는 것만 같아. 말없이 눈물만 흘리다가… 겨우, 잠긴 목을 열고. 한 마디 내뱉는다. ) ………… 유, 새벽?
 
유새벽:(당황한 얼굴로 당신을 꼬옥 안아서 토닥이더니) 왜 울어. 괜찮아? 많이 아파서 그래? 병원에 데려다줄까? (하고는 눈물 닦아줍니다,) ... 그건 내 이름이 맞긴 한데.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 우리 전에 만난적이 있었을까.
 
채원희:……… 아. ( 온 몸의 피가 차게 식어가는 느낌. 그렇구나, 너는. 나를… .. 잠시간의 침묵, 파리하게 떨리는 입술에 피가 맺힐 정도로 꾸압 깨물다가. 오랜만의 온기, 네 향…… 너무나 익숙하고, 그리웠지만. 이 추억이 나만의 것이라니. .. 네 어깨에 잠시 톡, 기대어 말 없이 그저 있다가. 겨우 입 열고서는. ) … 병원은 됐어. ……… 만난 적, 있지. 그래, 있지..
 
유새벽:그렇게하면 아프잖아... (당신의 입술 가만 쳐다보다가...) 지금은 약도 없는데 어쩌지. (아무말 없이 당신 가만 토닥인다.) 무슨 일 있었어? 아까는 안색이 너무 안 좋아서. 아, 미안. 내가 그리 기억력이 좋진 못해서. 다시 알려줄 수 있을까?
 
채원희:…… 이딴 것보다 더 아픈 곳이 있어서 상관없어. ( 그 토닥임에 눈을 지그시 감는다. … 항상 바라왔던 것, 네가 죽고 나서는 상상도 못했던 것. 얌전히, 네게 톡 기대어서는. 숨을 훅, 들이마신다. 아, 이제야 살아있는 것 같아. .. 곧 잠시 침음소리 내다가. ) … 무슨 일, 있지. 왜 없겠어. ( 잠시 고민하다가.. ) … 괘씸해서, 가르쳐주기 싫어.
 
유새벽:그런 말이 어디 있어. 그러지 말고, 응? 많이 힘들었어? 그래, 그래. 이러고 있어도 돼. 괜찮아. (안심시키려는지... 다정한 말 속삭이며 계속 당신 토닥여주고.)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래. 말해줄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 하하... 한 번만 알려줘. 다시는 안 잊어버릴게.
 
채원희:…… 많이, 힘들었어. 슬프고, 괴로웠어. ( … 다정해. 분명 내가 기억하는 너도 그랬었지. 매번 바보같다고 말했었는데, 그 바보같음이 퍽 그립기도 했다. 애써 멎은 눈물이 다시금 터지는 기분, 부주의하게 제 눈을 벅벅. 부벼댄 통에, 눈이 붉게 짓무르듯 부어오르고. ) …… 됐어. ( 다시금 고민하듯 고개 푸욱, 숙였다가. ) … 원희, 채 원희야. 또 잊어버리면 가만 안 둬.
 
유새벽:그래, 그래. 많이 힘들었겠다. 괜찮아. 괜찮아. 아, 그렇게하면 눈 아플텐데. 봐봐... (당신 계속 달래다가... 당신 눈 빤히 보고... 당신 손목 안 아프게 잡아서 내린다.) 그러지 마. 아프잖아. 응? 안 잊어버릴게. 난 유새벽이야. 이미 아는 것 같지만... 이곳에 여행 왔어. 바다도 예쁘고... 전에 와본적 있거든. 그때 만났던걸까?
 
채원희:…… ( 손목을 잡아내림에, 저항하려면 할 수 있겠지만 구태여 쳐내지 않고 가만. 네 손길 따라 손을 내린다. .. 손도, 따끈해. 내가 기억하는 온기 그대로다. 다시금 입술 꾸욱, 깨물더니. 기어코 입술이 조금 튿어지는 감각이 들지만, 구태여 신경쓰지 않고. ) … 알아, 유새벽. ( 잠시 눈 도륵, 굴리며. ) …… 기억 안 나면, 그냥 그렇다 생각해둬. 마찬가지로 괘씸해서 이야기해주기 싫어. ( … 곧, 눈 꾸욱. 감고는 네게 톡. 기댄다. ) ……… 미친 소리 같겠지만, 나는. 네가. … 보고싶었어, 미치도록.
 
유새벽:...그러지 말라고 했잖아. 아파 보이는데. (당신 손목 꼬옥 쥐고 있다가, 한 손은 풀어서 당신 입술 닦아주고.) 집에 돌아가면 꼭 치료해. 알겠지? 피나잖아... 내가 주변을 크게 신경쓰는 편이 아니라... 언제 만났길래 그럴까. 고등학교? 전학을 몇 번 다녀서 그 때 만난 친구들은 잘 모르거든. 몇 살이야? (잠시 당황한 얼굴 하지만 다시 슬 웃으며.) 기억 못 해서 미안해. 앞으로는 안 잊어버릴게. 그정도였어?
 
채원희:…… 됐어, 됐다니까. ( 잠시 그 모습 빤히, 지켜보다가. 옅게 한숨 포옥, 쉬고는. ) … 됐어, 말 안 할래. .. 나, 스물 한 살. 너보다 한 살 많을 텐데… ( 그 당황한 낯 응시하다가, 한숨 포옥. 쉬고는 네게서 조금 떨어진다. ) … 됐어. 말 안 할래. … 볼 일 있는 거 아냐?
 
유새벽:아파보이는데 어떡해. 하하... 미안. 잘 기억해둘게. 난 대학생인데. 그럼 너도 대학생일까? 아니야. 괜찮아. 이러고 있어도 돼. 방금은 조금 놀라서. 우리 많이 친했나보다. 그치. ...미안. 아, 조금 돌아다니려다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표를 잃어버렸지 뭐야. 하하, 어쩔 수 없지 뭐. 자주 이렇게 뭔가 잊고 다녀서. 너야말로 어디로 가고 있었어?
 
채원희:… 아니. 나는, 국가대표. ( 대충 말 흘리고는, 네 말에 빤히. 응시하다가 뻔뻔하게도 다시금 톡, 기대고는. ) …… 표? ( 뒤의 말은 듣지도 않고서는, 그 말에 멍하니 응시하다가. 아까, 집에서 가져온.. 꼬깃꼬깃한, 낡은 표 꺼내고는 네게 보인다. ) … 이거야?
 
유새벽:멋있다. 하하... 내가 운동에는 조금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운동 경기는 잘 안 보거든. 사인이라도 받아둬야하나? (표 잠시 바라보더니) 어...응. 너도 저 영화 보려고 했었나보네? 같이 볼래? 아, 물론 시간이 괜찮다면. 나야 뭐, 표는 새로 사면 되니까.
 
채원희:… 됐어. 나도 그리 좋은 추억이 있지는 않아. ( 잠시 제, 망가진 발목 빤히 응시한다. 아, 주저앉은 것 때문에 조금은 저리는 것도 같고. 애써 무시하듯 고개 도리질치다가. ) … ( 가만, 네 모습 지켜보더니. 표 하나 네 손에 꼬옥, 쥐여준다. ) … 가져. 두 장이니까.
 
유새벽:하하... (당신 시선 따라가다가.) 발목이 아파? 아까 그래서 그런가.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집으로 갈거면 업혀. 데려다줄게. 두 장이면 다른 사람하고 보려고 했던거 아니야? 이래도 괜찮아? 내일 표네. 내일 다시 만나서 같이 볼까?
 
채원희:… 굳이 안 그래도 돼. 귀찮을 거 아냐. ( 잠시 고개 푸욱, 숙인다. 여전하구나, 저 다정함은. .. 다른 인간에게도 이랬다 생각하니 속이 뒤틀리는 것도 같고. ) … 됐어, 약속 파토당했으니까. …… 내일. ( 기약하자니, 어째 입 안이 씁쓸해지면서도. 묘한 기분. 두 번 다시는 너와 다음을 기약할 날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잠시 웅얼거리듯 읊조리다가. ) … 응. 그러자, 내일. 내일 꼭, 다시 만나는 거야.
 
유새벽:괜찮아. 나 봐봐. 키도 크고... 너 정도는 가볍게 업을 수 있는걸. 그러지 말고. 응? 너한테 관심 있어서 그래. 점수 좀 따게 해줘. (농조로 말하곤 웃고) 그래서 아까 그러고 있었던거야? 응, 내일. 하하... 전에도 내가 너랑 이런 약속을 했을까. 내가 약속 어겨서 지금 이러는건 아니지? 응, 집에 데려다줄게. 겸사겸사 동네도 돌아보고. 갈까?
 
채원희:… 그럼 사양하진 않을래. ( 점수.. 잠시 중얼거리다, 프흡. 옅게 웃음 터지고는. 이전에도 이랬던 것 같은데. .. 아, 또 울 것 같아. 느닷없이 제 볼 스스로 짜악, 내려치고는. 덤덤하게 네게 톡. 기댄다. ) … 됐어, 알아서 잘 생각해봐. 넌 기억 안 나겠지만. ( .. 잠시 네 얼굴 슬, 올려다보며. 빤히, 말 없이 응시하다가. 고개 살 끄덕이고는. 두 팔 벌리곤 너 응시하며. ) … 응. 갈래. 가자.
 
유새벽:(당황한 표정으로 당신 바라본다. 당신 뺨 조심히 쥐고.) 왜 그래. 아까까지는 잘 웃다가. 아프잖아. 이러지 마... (그러면서도 당신 느릿하게 토닥이고.) 내가 너한테 뭔가 큰 잘못을 했나봐. (당신 잠시 바라보다가...) 안아주는게 더 좋아? (당신 가볍게 들어올리고.) 그래, 가자.
 
그대로 그는 당신이 알려주는 방향으로 당신을 데려다줍니다.
 
당신이 우산을 들었던가요. 아직도 빗줄기가 거셉니다.
 
그는 당신에게 내일 보자는, 기약 있는 약속을 하고 떠납니다.
 
그러고 보니 새벽이 우산을 두고 갔습니다.
 
우산 안쪽에 비쳐있는 노을에 원희의 얼굴이 서녘 무르익은 시간으로 물들어갑니다.
 
깊어지는 시간만큼 생각도 점점 진해집니다.
 
이제는 내일을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
 
03. 가을이 오는구나 싶었거든​
 
...
 
이제 가을도 무르익는지 나무들은 전부 다 옷을 화려하게 차려입었습니다.
 
하늘은 높고, 구름은 천천히 유영하네요. 잔잔하게 뺨을 스치는 바람이 서늘합니다.
 
어제는 잠시 비가 오더니 오늘은 내리 화창하려나 봅니다.
 
하지만 공기를 타고 불어오는 습함은 여전합니다.
 
원희는 영화관 앞에서 새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또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물에 빠뜨린 적도 없는데 핸드폰이 있던 자리가 온통 젖어 있었습니다.
 
드라이기로 말려도 보고 수건에 싸보기도 했지만 수건만 축축해졌을 뿐입니다.
 
핸드폰 그 자체에서 물이 새나오는 듯한 느낌입니다.
 
휴대폰을 보면서 다시금 조정을 해보고 있으면 어느새 새벽이 옆에 다가와 원희를 부릅니다.
 
유새벽:원희 형! (이게 맞나... 좀 어색한 투.)
 
채원희:( … 그 모습 빤히, 조금은 뚱한 얼굴로 가만. 올려다보더니. ) … 그냥 원희라고 불러. 그게 더 편해. ( … ) …… 새벽아.
 
유새벽:응? 그래도 형인데... 하하, 내 이름 기억하고 있었네. (농조) 많이 기다렸어? 미안해. 길을 잘 못 찾아서...
 
채원희:… 난 누구랑은 다르게, 기억력이 좋은 타입이거든. ( 괜히 또 툴툴거리다가. ) … 됐어, 이 정도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니니까. 들어가자. 나 다리아파.
 
새벽은 가볍게 당신의 손을 잡고 웃습니다.
 
시간을 보면 상영시간은 20분 정도 남았습니다,
 
간단히 둘러볼까요?
 
[ 로비 / 팝콘가게 / 티켓 카운터 ] 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채원희:( 로비를 슬, 둘러봅니다. .. 그러면서도, 계속. 옆의 새벽을 흘끗, 응시하고. )
 
유새벽:응? 내 얼굴에 뭐 묻었어? (계속 웃는 낯하며...)
 
영화관에 들어서면 보이는 넓게 펼쳐져있는 공간입니다.
 
손님들이 영화를 기다리면서 앉아있을 수 있는 의자 및 테이블이 배열되어 있습니다. 로비 전체적으로 조명이 어둡습니다.
 
로비를 넓게 살펴보고 있으면 한 구석에 세워져 있는 입간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원희의 키보다 조금 낮은 입간판입니다.
 
영화를 홍보하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 인류의 종말 이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공포, 로맨스, 그리고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결말! ' 이라고 글씨가 돋보입니다.
 
밑에는 좀비와 주인공 두 사람이 크게 그려져 있습니다.
 
원희 [정신력] 판정
 
채원희: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그리고 좀비와 눈이 마주쳤을 때입니다.
 
원희는 갑자기 섬뜩함을 느낍니다. 전에 느껴보지 못한 소름돋는 감각입니다.
 
유새벽:...괜찮아?
 
재빨리 그 자리를 피하고 싶다는 기분이 듭니다.
 
심장이 엇박자로 쿵쿵 뛰어댑니다.
 
자리를 옮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싹 괜찮아집니다.
 
채원희:.. ( 조금 더, 새벽의 손을 꼬옥. 잡고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팝콘 가게로 발을 옮깁니다. )
 
영화를 관람하며 먹을 수 있는 간식을 파는 가게입니다.
 
팝콘 뿐만이 아니라 오징어, 나쵸, 츄러스 등 다양한 먹을거리와 음료를 팔고 있습니다.
 
여기서 자유롭게 간식 거리를 구매할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직원이 없습니다.
 
한 십 분 정도 기다려도 오지 않습니다.
 
대신 옆에 자판기가 있으니 사용이 가능합니다.
 
자판기에는 생수와 캔커피 및 탄산음료와 간단한 과자들을 팔고 있습니다.
 
유새벽:(손 꼬옥 잡고) 뭐 좋아해?
 
채원희:… 아. ( 꼬옥, 잡은 손. 그제야 자각한 듯 잠시 툭, 멈춰서는 볼이 조금은 붉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 그리웠던 만큼, 이 순간이 너무 달아서. 시간이 지나가지 않길 바랄 뿐이다. ) … 나, 이온음료. 아니면 물. …… 너는?
 
유새벽:(당신 바라보다가 다정하게 웃어주고는. 손 더 꽉 잡는다. 아프지 않을 정도로.) 이제는 괜찮은거 맞지? 음... 나도 비슷한걸로 할까. (자판기에서 이온음료 뽑아서 당신에게 건네고, 자신은 물 하나 뽑는다.)
 
채원희:… 이제 괜찮아. ( 그 낯 빤히 보다가, 잠시 제 입꼬리 문질. 만지고는. 이온음료 받아들고는 멍하니. ) … ( 이제는 네 손 몰래 슬, 깍지 껴 잡고는. 티켓 카운터로 향한다. )
 
티켓을 구매하거나 예매권을 제출할 수 있는 티켓 카운터입니다.
 
원희는 예매권이 있으니 그것을 제출하면 되겠네요. ...라고 생각했으나 이곳, 직원이 부재중입니다.
 
카운터 안에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예매권이 있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을까요?
 
매표소를 더 살펴본다면 카운터 위에 작은 이벤트 판넬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현재 이벤트 중인 영화표에는 직접 서명을 넣을 수 있습니다.
 
유새벽:This message has been hid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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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새벽: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사랑하는 연인, 가족, 친구의 서명이 새겨진 영화표는 어떤가요? ]
 
그러고 보니 이 예매권은 엽서로 된 특이한 형식이었죠.
 
영화를 보고난 후 이 엽서에 편지를 쓰면 되겠습니다.
 
왠지 편지라고 하니 무척이나 오래 전에 써본 기억 뿐입니다.
 
기왕 이런 기회가 왔으니 한 번 응모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채원희:… 나 이거, 해보고 싶어. ( 새벽의 잡은 손을 살, 미약하게 잡아당기며. )
 
유새벽:그럴까? 좋은 추억으로 남겠다, 그치. 영화 끝나고 쓰면 되겠네. 일단 지금은, 갈까?
 
로비 중앙에서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방송이 나옵니다.
 
[ 5관 SUNSET을 보실 관람객들은 10분 뒤 영화가 시작되므로 입장해주시길 바랍니다. ]
 
슬슬 들어가보도록 할까요.
 
영화는 조용하게 진행됩니다.
 
무성영화의 방식이라 그런지 대사는 한 마디도 없고,
 
가끔 들려오는 배경음이나 효과음만이 관람관을 메웁니다. 내용은 어떤가요.
 
원희는 영화에 집중을 합니다. 그런데 이 장면들은 어쩐지 새벽과의 첫만남을 떠올리게 합니다.
 
고등학교에서 만난 둘... 한 명은 유급을 했고.
 
둘 다 운동을 하는 이들이었네요.
 
당신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영화에 녹여둔 것만 같습니다.
 
대사도 음악도 없기에 출현하는 저 배우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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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흘긋 곁눈질하면 그저 영화에 집중할 뿐,
 
무성영화에 출현하는 배우만치 무슨 생각을 하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원희 [건강] 판정
 
채원희:
건강
기준치: 85/42/17
굴림: 3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순간 귀가 먹먹한 기분이 듭니다. 영화관 내부가 너무 조용한 탓 이었을까요.
 
귀를 기울여보면 딱히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다시 영화를 시청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계속 이어집니다. 조용한 탓에 숨소리나 심장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그리 길지 않아서 한시간을 조금 넘기면 끝납니다.
 
하지만 어쩐지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내용이었습니다.
 
참. 예매권 이벤트가 있었죠. 영화도 다 봤으니 한 번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유새벽:영화 어땠어
꽤 재미있었지?
 
채원희:… 모르겠어. ( 손 꼼지락.. )
.. 저거, 쓰러가자.
 
유새벽:취향에 안 맞았나보네. 그래도 너랑 봐서 좋았어. 응, 그럴까? (펜 하나 당신에게 건네고.)
 
채원희:… 말은 잘 하지. ( 나도 그래. 아주 작게, 말하고서는. ) … ( 펜을 들고서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슬 써내려간다. )
[ 바보같은 유새벽. 같이 탈출해놓고, 평생 같이 살자 말해놓고, 먼저 가는 게 어디있어. 이리보면 너는 참, 예나 지금이나 남을 정말 위해주는 다정한 아이였다. 그러니 위에서도 너를 빨리 데려가려 했던 걸까. 잘은 모르겠어. ] ( ... 까지 쓰다가, 펜으로 벅벅, 줄 그어버리고는. 그 밑, 다시금 써내린다. ) [ 다시 봐서 기뻐. 이제 어디 가지 마. ]
 
유새벽:[하하, 바로 옆에 있는데 이런거 쓰는 것도 민망하네. 그래도, 내 편지 받는건 너니까 상관 없지? 우리는 꽤 가까운 사이였나봐. 기억을 못하는건... 무척 미안하게 생각해. 그래도, 추억은 또 쌓으면 되니까. 만난진 얼마 안 되었지만 너를 무척... 오래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우리에겐 같이 보낼 시간이 남아있잖아. 그러니까... 너무 그리 차갑게 굴지 말아줘, 응? 내가 잘할게. ] (그리고 그 뒤에... 무언가 쓰고 지운 흔적이 남았다. 형체를 제대로 알아볼 수는 없지만... 그나마 보이는 것은, 추측하기로는 '미안해')
 
​원희와 새벽은 서로의 이름을 영화표에 찍습니다.
 
엽서를 나눠가진 그 순간입니다.
 
원희는 갑자기 눈 앞이 희뿌얘지나 싶다가 그대로 암전입니다.
 
...
 
정신을 차리면 바다입니다.
 
바다가 눈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파도소리가 귓가에 생생합니다.
 
여기는 왜 왔었죠. 기억이 안 납니다.
 
하지만 굉장히 그립고 익숙한 풍경입니다.
 
쏴아아 하며 한동안 바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래요 분명 여기를 온 이유가ㅡ…
 
[이성] 판정
 
채원희:
SAN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잠시 정신을 잃었던 모양입니다.
 
1초, 아니 5초 정도. 정말 짧은 순간이었습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있으면 새벽이 무어라 말합니다.. 두어번 당신의 이름을 부르기도 합니다.
 
유새벽:괜찮아? 형. 형. 원희야.
 
방금 전 그 기억은 뭘까요?
 
채원희:... 아, 괜찮아. 응.
 
마지막 이벤트까지 마치고 나온 새벽과 원희는 영화관 앞에 섭니다.
 
그러고 보니 영화를 보기 전 하늘은 아주 맑았는데 지금 보니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습니다.
 
오늘은 비가 안 올 줄 알았는데요.
 
하늘을 보면 한 낮인데도 어둑어둑합니다. 요즘은 계속 날이 짖궂네요.
 
하늘을 계속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별안간 새벽이 먼저 말을 겁니다.
 
새벽은 원희에게 저 멀리 보이는 타워를 가리키며 말을 합니다.
 
유새벽:시간도 남는데, 같이 가지 않을래?
 
채원희:( 저 멀리, 타워 멍하니 응시하다가. 너 슬 올려다보고는, 고개 주억인다. ) … 응, 가자.
 
원희와 새벽은 같이 타워로 향합니다.
 
타워 입구에는 사람이 제법 몰려 있습니다.
 
앞에 적혀있는 설명에 따르면 타워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건 두가지의 루트가 있다고 합니다. 걸어서 올라가는 루트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빨리 올라가는 루트 중에 선택할 수 있네요.
 
유새벽:어떻게 할래?
 
채원희:.. ( 제 발목 빤히. 보더니. ) … 엘리베이터가, 낫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길입니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면 A4용지에 '고장'이라고 적혀서 붙어있는 게 보입니다.
 
아무래도 운행이 중지된 모양이네요. 어쩔 수 없죠. 걸어 올라갑니다 .
 
유새벽:...업힐래?
 
채원희:… 일단 걸어볼게. 정 힘들면, 그때 업어줘.
 
유새벽:그냥 업고 올라가도 괜찮은데. (슬 무릎 꿇더니) 얼른.
 
채원희:.. ( 그 모습 빤히 보더니. ) … 나중에 무겁다고 해도 난 몰라. ( 조심조심, 네게 업힌다. .. 따끈해. 다시금 몰려오는 묘한 감정에, 네 목 슬 끌어안고, 어깨에 톡. 이마 기댄다. )
 
새벽과 원희는 걸어서 타워 맨 위에 위치한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전망대를 둘러보면 흐린 날씨임에도 경치가 끝내줍니다.
 
하늘은 어느새 어두워져있습니다.
 
가을비가 불빛들을 번지게 만듭니다. 도시의 빛들이 원희의 눈 안에 별처럼 박힙니다.
 
[플라네타리움] 에 갈 수 있을 듯합니다.
 
채원희:… 나 저기 가고싶어. ( 업혀서는, 뻔뻔하게 손으로 가리킵니다. )
 
유새벽:좋지. 예쁘겠다, 갈까?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다정한 웃음 짓고. 플라네타리움으로 갑니다.)
 
기계로 가상의 밤하늘을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입구에는 두꺼운 커튼이 쳐져있습니다.
 
슬쩍 내부를 훑어보면 꽤 어두워 조심해서 들어가야 할 듯합니다.
 
안내판에 하루 세 번 무작위로 떨어지는 별똥별에 소원을 빈다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적혀있습니다.
 
방 안은 그야말로 별천지 입니다.
 
전망대에서 본 풍경이 거리의 별빛이었다면 여기는 사방이 온통 별로 가득합니다.
 
이렇게 많은 별을 마지막으로 본 건 언제인가요? 당신은 평소 하늘을 자주 보았나요?
 
분위기 탓인지 들어와 있는 다른 관람객들도 숨죽여서 하염없이 하늘을 감상하고 있습니다.
 
새벽 또한 넋을 놓은 채 별빛에 녹아들고 있습니다.
 
원희 [관찰] 판정
 
채원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갑자기 샛별 하나가 떨어집니다.
 
저 별똥별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요? 얼른 소원을 빌어봅시다.
 
채원희:( … 다시는 바보같은 유새벽과 떨어질 일이 없기를. 기억도 되찾으면 좋고. )
 
유새벽:소원 빌었어? 무슨 소원 빌었어?
 
채원희:… ( 힐끔, 보다가. ) … 그냥, 비밀이야. 너는.
 
유새벽:하하, 글쎄. 나도 비밀이야. 원래 소원은 말하면 안 이루어진다고 하잖아.
 
전망대 창 바깥쪽으로 어둠이 내려앉습니다.
 
시간도 점점 흐르고 전망대도 닫아야할테니 슬슬 나가야겠습니다.
 
원희와 새벽은 출구쪽으로 향합니다.
 
유새벽:내려줄까? 나가기 전에 여기서 경치를 내려다보는 것도 좋고.
 
채원희:… 응. 경치 보고싶어.
 
유새벽:(슬 내려주고... 당신 바라보다가 아래 한 번 내려보고,) 어때, 마음에 들어?
 
채원희:( 경치를 슬, 내려다본다. .. 예쁘다. 한동안 보다가, 네게로 시선 틀고는. 가만, 올려다보더니. ) … 응, 행복해.
 
유새벽:.... 행복하다니 다행이네.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다. 예쁜 것들만 보고 살아. (당신에게 몇 걸음 다가가려다가... 어지러운지 비틀거리고.)
 
채원희:… 어? ( 네 행동에 당황한 듯 훌쩍 다가가, 지탱해주듯 안아준다. 당황한 낯. ) …… 왜, 왜그래? 아파?
 
유새벽:(당신에게 기대에서 슬 부빗... ) ...응? 아니야, 괜찮아. 잠깐 그랬네. (당신 어깨 가볍게 붙잡고. 손목이 살짝 들춰지며... 익숙한 팔찌가 보인다.)
 
채원희:( 툭, 굳어서는. .. 너 꼬옥, 안더니. 머리칼도 살 쓰담아주고. ) … 놀랐잖아. ( .. 어라. 실팔찌? 네 손목 꼬옥, 잡고는. 팔찌 빤히, 응시한다. )
 
유새벽:(기분 좋은지 한참을 그리 있다가... ) 하하... 미안. 정말로 괜찮아. 응? 왜? (집에서 봤던... 빨간색과 노란색이 섞인 그 실팔찌입니다.)
 
채원희:( … 귀여워. 예전에도 이랬던 것 같은데. 옅게 푸슬 웃더니. ) ……… ( 분명, 그 팔찌다. 익숙한 팔찌. 네 물음에 잠시 뜸들이더니, 그대로 몰래 손 꼬옥. 잡고는. ) … 아니야, 아무것도.
 
새벽의 팔찌를 보고 어디서 본 것 같다고 생각한 그 때입니다.
 
시야가 크게 일렁거립니다. 곧바로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자신이 느껴집니다.
 
주변이 온통 여러 색으로 뒤덮입니다.
 
새벽은 두개로 나뉘고 세 개로 나뉘고 안활하던 시야는 단숨에 좁아집니다.
 
...
 
눈을 뜨면 차창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가 떫게 가라앉던 청각을 일깨웁니다.
 
두통이 심합니다. 꽤 익숙한 감각입니다. 누군가에게 얻어맞기라도 한 고통입니다.
 
주변을 의식할 때쯤에는 자신이 자동차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챕니다.
 
어딘가로 가고 있습니다. 차 내부는 정적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마치 암흑과 같은 고요함입니다.
 
비는 점점 거세어 차의 앞유리를 가릴 수준입니다.
 
그리고 비가 차 유리에 빗금을 그리는 횟수만큼 원희의 심장도 점점 빠르게 뜁니다.
 
쿵 쿵 쿵 쿵..
 
{이성} 판정
 
채원희:
SAN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헉, 하고 몸을 일으킵니다.
 
진정되지 않은 심장은 여전히 고동박질을 하고 있습니다.
 
귓가에는 세찬 빗소리가 채 가시지 않은 채 남아있습니다.
 
방금 겪은, 아니 꿈을 꾼 것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자신은 현실에 살아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원희는 언제 쓰러진 것인지 새벽의 어깨에 기대 있습니다.
 
유새벽:... 걱정했잖아. 괜찮아? 요즘 잠을 잘 못 잤어?
 
채원희:…… 아. ( 잠시 눈을 뜨고, 주변 살피다가. 네게 계속 기대어 있고. ) … 응, 못 잤어. 그날 이후부터. 계속.
 
유새벽:(당신 껴안고는 진정시키며...) 심장이 너무 빨리 뛰는데... 많이 놀랐어? 그날이라면, 언제일까. 무슨 일 있었어?
 
채원희:… 응. ( 네 온기를 느끼며 눈 지그시 감고는. 작게 고개 주억이다가. 그냥 네게 완전 톡, 기대버린다. ) … 그냥, 그런 게 있어. 소중한 걸 잃었거든. 아주, 소중한 걸.
 
유새벽:(당신 계속 꼬옥 안아서... 토닥이고. ) 많이 소중한 사람이었나 봐. 그래도... 푹 쉬어.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이럴 때마다 네 안색이 너무 안 좋아.
 
채원희:… ( 가만, 가만히 있다가. 소심하게 너 꼬옥, 안고는. ) … 그러니까, 다시는 어디 가지 마. 약속해.
 
유새벽:... 어디 안 가. 네 곁에 있잖아. (당신 꼬옥 안고, 슬 손 잡고.) 피곤하겠다. 가자. 데려다줄게. (한참을... 고민하다가 당신 볼에 짧게 입맞추고. )
 
채원희:… 아무튼, 약속해. ( 가만, 응시하다가. 네 양 볼 꼬옥, 잡고는. 가볍게 입술에 쪽, 입맞추고는. 네 어깨에 톡, 기대고. ) … 가기 싫어. 더 있고 싶어.
 
유새벽:...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네. (확언은 하지 않고. 입맞춤에도... 놀란 기색보다는 어쩐지 묘한 표정...) 내일 또 만나자. 데리러 갈게. 오늘 푹 쉬어야 내일도 보지.
 
채원희:… ( 왜, 확언하지 않는 거야? 조금은, 그래. 조금은 상처받은 눈으로 잠시 응시하다가. 고개 푸우욱, 숙이고는 미약하게 고개 끄덕인다. ) … 응. 꼭 데리러 와.
 
유새벽:그런 표정 짓지 말아. (당신 뺨 부드럽게 감싸서 가볍게 입맞추고.) 그럴게. 자, 가자. 시간이 늦었어. 피곤하겠다,
 
채원희:…… ( 입맞춤에 잠시 눈 지그시 감았다가. 고개 끄덕이고는 조심조심, 몸 일으킨다. 그래, 가야지. 가야지…… )
 
보슬비가 연신 이어집니다. 그러고 보니 우산, 또 돌려주지 못했습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저 멀리 새벽이 멀어집니다.
 
그의 인영이 희끄무레해질 때까지 시선은 뒤를 쫒습니다.
 
마침내 사라지면 원희는 그제야 뒤를 돕니다.
 
먹구름 때문인지 비 때문인지 들이킨 숨이 잔뜩 시립니다.
 
가을의 공기는 어딘가 쓸쓸한 기운을 남기고 갑니다.
 
새벽에게 받은 우산을 펼칩니다.
 
어제의 빗방울이 아직 우산 겉표면에 남아 또르륵 떨어집니다.
 
우산 안에는 잊어버린 노을이 여전히 담겨있습니다.
 
원희는 새벽에게로부터 번진 노을에 적셔지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자박 소리가 기분이 좋습니다.
 
갑시다. 내일 다시 만날 새벽을 기대하며.
 
...
 
04. 나는 그 계절을 가장 좋아하잖아​
 
...
 
집 앞을 나서니 새벽이 서 있습니다.
 
유새벽:갈까?
 
채원희:… 응. 가자. ( 다시 보니, 여전히 기쁘다. 이게 꿈이라면.. 영원히 깨지 않았으면 좋겠어. )
 
도착하니 파스텔 색의 달콤한 솜사탕 냄새가 코 끝을 자극합니다.
 
어린 아이들의 까르르 웃는 소리는 이곳의 분위기를 들뜨게 만듭니다.
 
. 무지개 색 풍선이 하늘로 날아갑니다. 건물과 건물들 사이에는 화려한 색채의 장식물들이 걸려있습니다.
 
웅장한 카니발 풍의 음악이 원희의 주변을 채웁니다.
 
원희는 테마파크 배경음에 묻혀 한동안 서 있습니다.
 
새벽을 만난지 사흘 째입니다.
 
이렇게 옆에 있으면 꼭 그 사람이..
 
...
 
정신을 놓고 있으면 주머니에서 별안간 진동이 울립니다.
 
꺼내려고 한다면 바스라진 조개 조각들이 주머니에서 나옵니다.
 
다시 뒤져보면 울리고 있는 핸드폰이 손에 잡힙니다.
 
휴대폰을 꺼내서 확인해봅시다.
 
원희 [관찰] 판정
 
채원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재난 안전 본부에서 주기적으로 생존자들에게 보내는 알림입니다. 생존 신고는 국번없이 021 - 496>
 
평범한 내용이 아니네요.
 
전화를 걸면 신호가 가지 않습니다. 화면이 바로 꺼져버립니다...
 
문자를 보내도 '보낼 수 없는 번호 입니다.' 라고 답장이 옵니다.
 
뭐, 그건 일단 넘어가자고요.
 
테마파크 안으로 입장합니다.
 
티켓은 새벽이 끊어왔기에 그냥 들어가면 됩니다.
 
여기저기서 환호성 소리가 들리고 인파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이런 밝은 시간들은 너무 오랜만이네요.
 
그도 그럴게 한동안은 고요 속에서만 살아왔으니 말입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내리던 안개비까지 그쳤습니다.
 
[롤러코스터 / 꽃밭 / 회전목마 / 기념품샵 ] 중 몇 곳을 갈 수 있습니다.
 
채원희:( .. 새벽의 손을 꼬옥, 잡고. 꽃밭으로 향합니다. )
 
유새벽:(손 꼬옥 잡고, 슬 웃고는 같이 걸어갑니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잔바람에 흔들리는 꽃들을 보니 어쩐지 눈이 부시기까지 하는 것 같습니다.
 
진한 노란색 꽃잎 위에는 무당벌레가 앉아있다가 허공으로 날아갑니다.
 
새벽은 꽃밭 앞에있는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아오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웁니다.
 
[건강] 판정
 
채원희:
건강
기준치: 85/42/17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꽃을 오랫동안 보고 있으니 어쩐지 지루합니다.
 
새벽도 없어졌고, 주변에 앉아있을 만한 곳을 찾아봐야겠습니다.
 
기다리고 있으면 새벽이 이온음료 두개를 들고 옵니다.
 
유새벽:어제 보니까 이걸 좋아하는 것 같아서. 여긴 크게 볼게 없네. 다른 곳으로 갈까?
 
채원희:… 응. ( 음료 받아들고, 잠시 고민하다가. 회전목마로 향합니다. )
 
오색빛깔로 빛나며 돌아가는 회전목마를 보니 한 순간이지만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마차 형식으로 된 여러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기구도 있고 유니콘 형식의 혼자 앉아서 즐길 수 있는 기구도 있고 아주 다양합니다.
 
회전목마 근처에는 아이들이 특히 많습니다. 역시 주 고객층은 어린 아이들이겠죠.
 
유새벽:탈래? 아니면 사진이라도 찍어줄까?
 
채원희:… 안 탈래. 사진은 찍거든, 같이 찍자. 그러고 싶은 기분이야.
 
유새벽:하하, 그러고 싶은 기분은 또 뭐야. (당신 제 쪽으로 끌어서 핸드폰 카메라로 찰칵, ) 나중에 보내줄게.
 
채원희:… 응. ( 그 모습 슬 보다가, 몰래 네 턱 끝에 쪽. 입맞추고는. 황급히 기념품샵으로 도망가듯 빠른 걸음으로 걸어갑니다. )
 
유새벽:... (잠시 말 없다가 이내 웃으며.) 같이 가. 혼자가지 말고. (빠른 걸음으로 당신 따라가더니 손 꼬옥 잡고.)
 
기념품샵 안에는 다양한 굿즈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인형부터 시작해서 열쇠고리, 가방, 펜 등등 놀이공원의 트레이드 마크가 새겨져 귀엽습니다.
 
놀이공원에서 쓰는 귀여운 머리띠나 티켓을 넣을 수 있는 목걸이 등도 있네요.
 
채원희:( 머리띠 빤히......... 보다가, 고개 숙여보라는 듯 새벽을 슬, 잡아당긴다. )
 
유새벽:(하하, 웃으며 고개 슬 숙입니다.)
 
채원희:( 머리띠 톡, 씌워줍니다. 폼폼푸린. … 닮았어. 만족한 듯 고개 주억이고. )
 
유새벽:(근처에 있는 검은 고양이 머리띠 씌워줍니다. 웃으면서 직원에게 카드를 건네고...)
 
카운터에는 작은 오르골이 하나 있습니다. 고장났다고 쓰여있네요.
 
태엽이 없어서 돌아가지 않는 듯 합니다.
 
그리고 문득... 생각납니다. 전에 집에서 태엽을 하나 주운 적 있었던 것 같아요.
 
혹시 몰라 주머니를 뒤져보면, 그때 그 태엽이 있습니다.
 
채원희:( 태엽을 끼우기 전. .. 혹시 구매 가능한지 물어보고, 가능하다면 구매합니다. 이후 태엽을 슬, 끼워보고. )
 
고장난 물건이라 처지 곤란이라며, 직원은 그냥 가져가도 된다고 말합니다.
 
원희는 오르골에 태엽을 꽂아 돌려봅니다. 돔 안의 아이가 천천히 돌아가며 잔잔한 멜로디를 흘립니다.
 
오르골 속의 아이가 돌고 돕니다.
 
멜로디가 원희의 귓가에서 연주됩니다.
 
곧 그 풍경은 느린 테이프처럼 작동됩니다.
 
멜로디는 길게 늘어져 어딘가 괴이하게 변하고 돔 속의 아이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턴을 돕니다.
 
원희는 이것이 전에 느끼던 그 감각이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오른발을 땅에 거칠게 내딛습니다. 왼발이 이어서 흙바닥을 강하게 짖밟습니다. 숨이 턱끝까지 막힙니다.
 
원희는 지금 뛰고 있습니다. 하늘에서는 여전히 폭우가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아주 급박한 상황입니다.
 
이 달리기를 당장이라도 멈춘다면 죽을 것입니다.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건 생명을 건 달리기입니다.
 
끊임없는 도움닫기 속에서 희미하게 파도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바로 앞입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누군가 같이 뛰고 있습니다. 원희도 잘 아는 인물입니다.
 
[이성] 판정
 
채원희:
SAN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7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멜로디가 이어집니다. 질척거리던 빗소리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하지만 숨이 여전히 거칩니다.
 
정말 방금까지 달리기를 한 것 처럼 가슴께가 들썩입니다.
 
새벽은 오르골을 신기한듯 바라보다가 원희의 상태에 걱정을 하는 모습입니다.
 
연달아 자신에게 발생하는 이 이상한 환각의 정체는 뭘까요. 여전히 영문을 알 수 없습니다.
 
유새벽:무슨 일 있어? 괜찮아?
 
채원희:… 나도, 모르겠어. 무서워.
 
유새벽:괜찮아. 괜찮아. 많이 피곤했나봐. 조금 걸을까?
 
채원희:… 응, 걷고 싶어. ( 다시 네 손 꼬옥. 잡고. )
 
원희와 새벽은 천천히 걷고 있습니다. 그 때 입니다. 뜬금없이 누군가가 원희의 어깨에 부딪힙니다.
 
확인해보면 눈알이 녹아내린 남자가 히죽 웃고 있는 모습입니다. 남자는 괴상한 웃음소리를 흘리더니 비틀거리며 원희를 밀치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놀랬나요. 그러고 보니 지금은 가을. 할로윈 이벤트를 한창 할 시즌입니다.
 
저 괴상한 괴물도 테마파크에서 진행하는 유흥거리중 하나겠습니다. 하지만 꽤 리얼하네요.
 
더 걸어가니, 양 팔이 없는 좀비가 엉성하게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지만 쓰러지지 않습니다.
 
그 좀비는 원희와 새벽은 지나친 채 다른 사람이 보이면 거기로 달려가 그 사람의 어깨를 뭅니다. 비명소리가 이어집니다.
 
상당히 현실적으로 잘 만든 이벤트네요. 진짜라고 해도 믿을 정도입니다.
 
채원희:( ... 잠깐, 이벤트가 맞나? )
 
어트랙션 중 하나 같습니다. 정말... 생생하네요.
 
그리고.
 
무언가 이상하다 느낄 때 쯔음... 새벽이 다른 곳으로 가보자며 손짓합니다.
 
새벽이 가르킨 쪽은 놀이공원의 조금 외곽쪽입니다. 도착해서 보면 넓게 펼쳐진 억새밭입니다.
 
깜빡.
 
찰나였습니다.
 
고작 한 번 눈을 깜박였던 것뿐입니다.
 
그 짧은 순간 사이에 억새밭은 광활한 바다로 변해있습니다.
 
[이성] 판정
 
채원희:
SAN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억새풀들이 서로 스치던 소리는 어느새 바다의 파도소리로 변해있고
 
밟고있던 흙바닥은 모래사장으로 변해있습니다.
 
아름다운 저녁놀은 먹구름 가득한 하늘로 바뀌어 있습니다.
 
. 게다가 이렇게나 거센 바람과 빗줄기라니요.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습니다. 도저히 눈을 뜰 수 없는 정도입니다.
 
원희는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원래의 억새밭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새벽은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억새풀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습니다.
 
새벽에게 물어봐도 모르는 일입니다.
 
너무 열심히 놀았던 탓일까요? 피곤했을지도 모릅니다.
 
서녘도 이제 거의 다 졌습니다. 어두워지며 동시에 먹구름이 차오릅니다.
 
곧 비가 올 것 같습니다. 너무 늦지 않게 돌아가야 합니다.
 
유새벽:... 늦었네. 슬슬 헤어져야 할 시간이야.
 
채원희:… 벌써, 그렇게 됐네.
 
유새벽:... 다음에 또 만나면 좋겠다.
 
채원희:… 또 만나면, 안돼?
 
유새벽:그럴까 그럼. 그래도 지금은... 집에 가야할 것 같네. 너도 쉬어야지.
 
채원희:…… 응. 내일도, 또 보러 와야해. 알겠지?
 
유새벽:... 응, 또 보자. 너랑 보낸 시간은, 전부 행복했어.
 
새벽은 그럼 이만 가봐야겠다며 걸음을 옮깁니다. 새벽의 얇은 얼굴이 흐리게 지나갑니다.
 
다시금 이별입니다.
 
축축한 바람이 원희의 뺨을 스치고 새벽에게로 향합니다.
 
. 톡. 하고 물방울이 원희의 코끝에 떨어집니다.
 
톡.톡 두 방울이 원희의 뺨에 떨어집니다.
 
서둘렀건만 비가 내리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다행인건 오늘 새벽에게 주려고 우산을 다시 가져왔습니다. 오늘도 잊고 돌려주지 못할 뻔 했네요.
 
원희는 서둘러 우산을 펼치며 새벽을 불러세웁니다.
 
그런데, 갑자기 새벽의 품에서 철컹 소리를 내며 무거운 쇳덩이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꽤나 큰 소리였습니다. 그 소리는 마치 단말마와 같이 들렸습니다.
 
눈을 의심합니다. 새벽이 떨어뜨린 물건은 바로.. 총입니다.
 
멀리서 보아도 사용감이 꽤 보입니다.
 
새벽은 다급하게 총을 주워 숨깁니다.
 
한숨을 얕게 흘리는 것도 보입니다. 그러고나서 원희에게 고개를 돌립니다.
 
새벽은 꽤나 태연하게 굽니다. 마치 떨어뜨린 것이 간단한 지갑 정도였다는 식의 반응입니다.
 
비가 내리니 우산을 쓰자고 제안한다면 이정도는 괜찮다며 자신은 숙소가 가까우니 원희가 쓰고 가라며 새벽은 먼저 뛰어가버립니다.
 
정확한 대답도 듣지 못하고 사라지는 새벽의 뒷모습을 보니 어딘가 찝찝하면서도 답답한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새벽이 실제 총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습니다.
 
원희는 자신이 잘 못 본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도 그럴게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편리합니다.
 
다시 붙잡은 인연을 놓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인연이라고 해야할까요. 복잡한 문제이지만 말입니다.
 
손에는 여전히 새벽에게 받은 우산이 들려져 있습니다.
 
비가 그 위로 쏟아지며 우산 속 노을이 원희의 얼굴 위로 번집니다.
 
꽤나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복잡한 생각은 뒤로 하고 우선은 쉬는 것이 좋겠습니다.
 
...
 
05. 너는 뭐든 잘 하는 사람이니까​
 
...
 
원희는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와 함께 눈을 뜹니다.
 
최근엔 왜이리 비가 많이 오는지 말이죠.
 
유리에 부딪혀 미끄러지는 작은 빗자국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무료한 하루의 시작입니다.
 
미약하게 들려오는 빗소리가 더욱 더 창을 강하게 때릴 때 즈음 책상에 올려둔 휴대폰이 한 번 길게 진동합니다.
 
원희는 핸드폰을 집어듭니다.
 
원희 [관찰] 판정
 
채원희: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핸드폰이 길게 진동한 것이 아닙니다.
 
문자 수십개가 동시에 날아오고 있던 거였습니다.
 
<재난 안전 본부에서 ..>
 
<금일 재난 안전 본..>
 
<생존자들은 재난 안전 본부로..>
 
비슷한 내용이 수십개 입니다.
 
그런데 '재난 안전 본부' 라니 그런 문자가 올 일이 있나요.
 
혹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그런 거라면 그 정도의 비는 아닙니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양이 오는 건 말도 안 됩니다.
 
문자를 받은 원희는 어쩐지 묘한 느낌을 받습니다.
 
금방이라도 무언가가 들이닥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온 몸의 피가 다 빠져나가는 듯합니다.
 
어디선가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이 감각은..
 
원희 [건강] 판정
 
채원희:
건강
기준치: 85/42/17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귀가 갑자기 먹먹해집니다.
 
갑자기 귀에서 무언가 흘러나오는 기분이 듭니다.
 
확인해보면 물입니다. 투명한 물이 귀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코 끝에서 시큰함이 느껴지고 혀가 짭니다. 바닷물이라도 먹은 듯합니다.
 
게다가 왠지 오한이 더해집니다. 감기 기운이 들려고 하는 탓일까요.
 
최근에는 비를 많이 맞았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몸을 살피면 평소보다 훨씬 차갑습니다. 손이며 팔이며 그냥 몸 전체가 말입니다.
 
너무 엉망진창입니다. 많은 기억들이 섞입니다. 종잡을 수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을 정리할 수 있는 것이 없을지 생각해봅시다.
 
원희 [지능] 판정
 
채원희: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머리를 엉키고 있으면 어제의 일이 문득 떠오릅니다.
 
여태까지의 환각은 그냥 본인 시점이었는데 어제의 그 때는 조금 달랐습니다.
 
자신의 옆에 한 사람이 더 있었습니다.
 
오르골을 다시 들어본다면 누군지 알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자신의 궁금증을 모조리 해결해줄지도 모릅니다. 네 아마도요.
 
원희는 오르골에 끼워진 태엽을 돌립니다.
 
조심스럽고, 살짝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그리고 태엽은 돌아갑니다. 멜로디가 흘러나옵니다.
 
그 순간입니다.
 
순간 탁, 하고 어디선가 스위치가 꺼지는 소리가 나더니 온 집안이 정전됩니다.
 
하지만 스위치가 꺼졌다기보다는 정신이 끊겼다는 표현이 맞다고 할 정도로 그 툭 끊기는 소리는 머릿속에서 들렸습니다.
 
오르골 소리는 여전합니다.
 
지금은 한낮이고 아무리 날이 흐리다지만 이렇게까지 방이 어두워질 수가 있나.. 하고 생각한 그때, 다시금 불이 켜집니다.
 
하지만 그리고나서 원희가 맞이한 것은...
 
허공에 떠다니는 뿌연 먼지입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여전히 흐립니다. 그런데 이 방은 뭔가요?
 
분명 원희 자신의 방에 있지 않았나요? 아니, 다시금 살펴보면 자신의 방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너무 다르네요. 게다가 온 집안이 다 뒤집어져 있습니다.
 
자신이 방을 이렇게 쓸리 없습니다. 일단은 둘러봅니다.
 
[거실 / 부엌 / 욕실 / 서재 ] 조사가 가능합니다.
 
채원희:( .. 우선, 거실을 죽 둘러봅니다. )
 
하지만 거실로 나오면 그 생각은 단숨에 사라집니다.
 
누군가 먹물이라도 엎지른듯 거실 가득 깔린 적막은 원희의 살갛에 닿아 소름이 돋게 합니다.
 
아 어쩐지 이 집에 누군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혼자 사는 집 임이 분명한데 말입니다.
 
큰 창을 통해 스민 달빛이 거실에 있는 담담한 색의 쇼파, 카펫, 티비 그리고 원희를 덮칩니다.
 
푸른색이 마치 해일이 올라오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늦저녁이 언제부터 이런느낌이었나요.
 
회색빛 풍경을 뒤덮은 달빛이 잠시 기울기를 바꾸면 그제야 거실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쇼파 앞에 정갈하게 놓여있는 카펫에는 전에 발견했던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놓여져 있습니다.
 
전에 집에서 이 것을 발견했을 때는 카메라가 고장이 나서 사용을 못했더랬죠.
 
원희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주우면 갑자기 찰칵 소리가 나더니 카메라가 사진 한 장을 뱉어냅니다.
 
주워서 살펴보면 바다를 배경으로 한 새벽과 원희입니다.
 
둘은 정말 즐거워보이네요.
 
하지만.. 이런 사진 찍은 기억이..
 
폴라로이드 사진을 멍하니 바라볼 그 때입니다.
 
순간적으로 혼절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손이 덜덜 떨립니다. 시야가 잔뜩 멍울멍울 흩여집니다.
 
원희는 다시금 헉, 하는 숨을 뱉으며 정신이 듭니다. 자
 
자신은 여전히 달리고 있습니다.
 
파도 소리가 가깝습니다. 귓가로 바람이 스치고 물결이 말을 겁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옆에 있습니다.
 
맞습니다. 당신은 이 인물이 궁금해서 자신은 꿈을 되풀이하려 했습니다.
 
...한참을 달린 끝에 원희는 낭떠러지 끝에 도착합니다.
 
아득하게 넓은 바다입니다. 점점 먹구름이 걷혀갑니다.
 
나무들 사이로 번지는 서녘의 아름다움은 이루말할 데 없습니다.
 
함께 달리던 사람을 바라봅니다.
 
손을 맞잡는 듯하던 사람은 .. 갑자기 원희의 가슴에 손을 올리더니 팍 하고 낭떠러지 너머로 원희를 밀어버립니다.
 
뭐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만. 입모양을 읽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염없이 하염없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던 원희는 바다에 풍덩 하고 빠집니다
 
숨이 거품이 되어 흩어집니다.
 
이대로...
 
[이성] 판정
 
채원희:
SAN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숨이 막힙니다. 컥컥 하고 기침을 수십번 합니다. 아직도 숨이 막히는 기분입니다.
 
익사한다면 그런 느낌일까요.
 
주변을 둘러보면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온 모습니다.
 
여전히 적막인 거실에 원희 혼자 심한 기침을 내뱉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고 있으니 왜인지 누군가가 생각나는 것도 같습니다.
 
기억이 점점 돌아오고 있습니다.
 
점점 맞춰지는 퍼즐을 보는 기분입니다.
 
채원희:( .. 애써 추스르고, 서재로 갑니다. )
 
서재 안을 보려고 한다면 문 앞에 잔뜩 물건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안에 무언가를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 같습니다.
 
물건을 다 치우면 긴 나무판자 및 쇠봉같은 것들로 문고리 주변을 막아 놓게 해놓은 것이 관찰됩니다.
 
문고리가 쉽게 돌려지지 않도록 한 것 같습니다.
 
걸쳐진 물건들을 빼면 서재의 문이 열립니다.
 
문이 열림과 동시입니다.
 
안에서 얼굴 반이 뭉개져 있는 사람, 아니 무언가가 튀어나옵니다.
 
괴성과 함께입니다.
 
그 무언가는 원희에게 바로 달려듭니다. 원희의 얼굴을 향해 그 괴상한 입을 쩌억 벌립니다.
 
고개를 사람이 할 수 없는 속도로 도리도리도리 돌립니다.
 
악력은 도무지 인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근력] 판정
 
채원희:
근력
기준치: 85/42/17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엄청난 힘이었습니다. 원희는 온 힘을 다해 무언가를 밀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반동에 의해 벽에 빠른 속도로 부딪히고 맙니다. 순식간에 정신이 아찔해집니다.
 
그 순간 누군가가 원희의 현관 비밀번호를 빠르게 치고 들어오는 소리가 희미한 정신 사이에서 들립니다.
 
서재는 현관 바로 앞에 위치해있습니다.
 
하지만 비밀번호를 치고 원희의 집에 들어올 수 있을만한 사람이 대체 누가 있나요?
 
빠르게 생각해봅니다.
 
채원희:…… 유, 새벽?
 
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새벽입니다.
 
새벽은 잔뜩 안색이 안 좋은 채 나타납니다.
 
한 손에는 권총을 든 상태입니다.
 
집 안에 들어온 새벽은 원희와 무언가를 번갈아봅니다.
 
유새벽:원희야..!
 
이름이 불린 것도 같습니다.
 
이어서 탕, 하는 총성이 들립니다.
 
무언가의 괴성도, 둔탁하게 무언가 쓰러져 방 바닥이 전체적으로 진동하는 것도 느껴집니다.
 
코 끝으로 화약냄새가 흘러들어옵니다.
 
큰 소리 때문인지 삐ㅡ 소리의 이명이 지속됩니다.
 
그 사이로 새벽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 일어나야 하는데 너무 세게 부딪힌 탓인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바닥을 짚습니다.
 
바닥을 짚으면 무언가 만져집니다
 
길고, 딱딱한 무언가 입니다.
 
총.. 같습니다.
 
다음에 또 괴물이 나타나면 그땐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원희는 총을 품에 넣습니다.
 
그리고 바로 정신을 잃습니다.
 
...
 
06. 행복하게 지내​
 
...
 
지끈거리는 두통이 이어집니다.
 
침을 삼키면 까끌한 목구멍이 조금 진정됩니다.
 
답답하고 속도 좋지 않습니다.
 
지잉, 하는 울림이 귓가에 머리에 지속됩니다.
 
원희는 눈을 천천히 뜹니다.
 
이 곳은 자동차 안 입니다.
 
운전석엔 새벽이 앉아있습니다.
 
아무 말 없이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고요한 적막. 그리고 라디오에서 음성이 흘러 나옵니다.
 
" 재난 안전 본부에서 알려드립니다. "
 
" 좀비량 XXX, 사망자 수 XXX 통계됩니다. "
 
" 현재 보급품은 생존자들이 확인되는대로 지급하는 중입니다. "
 
" 좀비를 만날 시에는 대항하지 말고 도망가십시오. "
 
" 이번 주는 좀비의 활동이 적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 ...금일 오후에는 가랑비가 내릴 예정입니다. "
 
익숙한 문장들입니다.
 
새벽은 그제서야 원희가 일어난 것을 확인합니다.
 
달싹이는 입술은 원희에게 무엇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곤란함을 나타냅니다.
 
머뭇거림은 한참을 이어집니다.
 
유새벽:... 보고싶었어.
 
채원희:…… 뭐?
아니.
.... 뭐야, 뭐냐고. 지금.
… 분명, 너는. 날 두고 떠났는데. 날 잊었다며. 근데, 근데 왜. 왜 갑자기..!
 
유새벽:미안, 널 어떻게 잊겠어. 한 번도 잊은적 없어. 속여서 미안해.
...그리고 내가 죽은건. 아마... 가짜 기억일거야. 넌 내 장례식을 치른 적이 없어.
 
채원희:… 가짜, 기억?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대체, 대체 이게 무슨..
… 내가, 미친 거야? 말해.
 
유새벽:아니. 제정신이야. 우리 둘 다. ...그냥 너를. 너를 살리고 싶어서 그랬어. 우리는 한날 한시에 같이 죽었거든.
 
채원희:… 그럼 더 말이 안되잖아. 같이 죽었다며, 근데 왜. 왜 내 기억은 이렇고, 우리는. 어째서, 살아있는 거야?
 
유새벽:너를 살리고 싶어서. 그냥... 세상에는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거든. 더 자세하게는 설명하기가 어렵네. (차를 잠깐 멈춰 세우더니.) 사랑해. 정말로...
 
채원희:…… 아, 아아. 윽. 머리아파, 뭐야 이게. 나는, 나는 네가 죽은 줄 알고. 얼마나, 얼마나.. ( 어느새 또 퐁퐁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제 머리칼을 꽉 잡아뜯듯 잡고는. )
… 나도, 사랑해. 사랑한단 말이야. 평생 같이 있어주기로, 그렇게 약속했는데. 나는. 네가 죽은 줄 알고. 얼마나.
 
유새벽:... 그러지 말라고 했잖아. (당신 손 조심히 잡아 당신 말리고, 그 후에 꼬옥 안아서 토닥여준다.) 죽은건... 맞지만. 괜찮아, 이제 방법이 있거든.
미안, 그런 기억을... 줄지 몰랐어. 평생을 같이 있을 수 있을까. ... 무슨 일 있었는지 기억나? 미안해, 미안해...
 
채원희:… 몰라, 모르겠어. 기억 안 나, 몰라. 머리아파, 짜증나. ( 연신 눈물 뚝뚝 흘리면서도, 네 허리께 꼬옥 안고서는. 한동안 말 없이 훌쩍거리다가. ) … 그 방법이, 뭔데.
… 평생에 걸쳐 사죄해.
 
유새벽:울지마. 미안해... (당신 꼬옥 안아서, 계속 토닥이다가, 이내 자신도 당신 어깨에 기대고.) 나 많이 보고싶었어? 방법보다는... 기회에 가까워. 잘 하면 둘 다 살 수 있고, 아니면 죽겠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몰라. 그냥 나는, 네가 살 수 있는 결말이라면 뭐든 상관 없어서... 그래서 오늘날까지 이리 선택했을 뿐이야.
... 네 평생에 내가 있어도 될까.
 
채원희:… ( 기댄 네 머리 잠시 머뭇거리다 슬 문질, 만지고. ) … 그걸, 말이라고 해? 보고싶었어, 보고싶어서. 너무 보고싶은데, 그래서. 죽고 싶었는데… ( 훌쩍, ) …… 짜증나게 하지 마, 너 없이 나 혼자 어찌 살라고 그래. 바보같은 유새벽.
… 그런 거 묻지 마, 내 평생에 네가 있는 건 당연하잖아.
 
유새벽:(가만 당신의 손길에 기대어서는 아무 말 없이 있다가.) 내가 없어도, 네가 행복하길 바라. ...네가 본 내 죽음은 가짜 기억이었을테지만 그래도. 사랑해. 너를 너무... 너무나도 사랑해.
 
채원희:…… 내가, 예전부터 항상 말하던 거지만. 너는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아. 네가 없는데 내가 어떻게 행복해져? 넌. 넌 진짜, 이기적이야. ( .. 겨우 그쳤는데! 다시 훌쩍거리다가.. ) …… 나도, 사랑해. 거짓 기억일지라도, 그 순간에는. 너무 힘들었어. 죽고 싶을 만큼 네가 그리웠고, 너를 사랑해. 어디 가지 마, 이제는..
 
유새벽:... 나 없이도 행복하게 살아야지. 내가 없다고 네가 죽는건 나도 싫은걸. 나는... 그냥 네가 행복하길 바라. 그것뿐이야. ... 알아. 그래도 나는 너를 사랑하니까. 어쩔 수 없는거야 이건. (미안하다고 연신 속삭이며 토닥...) 어디... 안 간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지금은 확언할 수 있는게 없네.
...원희야. 미안. 미안해. ... 기억이 다 돌아왔을까. 너를 죽인건 나야. 내 탓인걸.
 
채원희:… 시끄러워, 내가 너 없이 어떻게 행복하라는 거야. 짜증나, 짜증난다고 진짜. ( 너 꼬옥, 안고는. 볼 슬쩍 부비적대다가. ) … 너 진짜 짜증나, 알아?
… 그건 상관없지만, 기억이 드문드문해서 솔직히. 이어지질 않아.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말해봐.
 
유새벽:그럴 방법을 찾아야지. 그래줬으면 좋겠는걸. (당신 꼬옥 안고... ) ...그래도 날 사랑하면서. 내가 널 사랑하는 것처럼.
...... 이건 너도 몰랐던건데. 나, 좀비한테 물렸어. 놀이공원에서 떨어진 총은... 내가 자살하려고 들고 있던거고. 하필 그날 밤 좀비한테 습격을 받아서. 너를 살리려고 너를. 너를... 바다로 밀었어. ...너는 익사했고. 미안. 미안해...
 
채원희:… 당연하지. 사랑하니까 지금 이러고 있는 거 아니야. ( 안아주는 대로 톡, 기대고서는. )
… 잠깐, 그럼. 지금은. 지금은 괜찮은 거야?
 
유새벽:(당신 바라보면서, 가볍게 입맞추고.) 너를 잃고 싶지 않았어. 너라도 살리고 싶었어... 네가 너무 소중해서. 너를 너무 사랑해서.
괜찮다는건, 어떤게?
 
채원희:… ( 네 양 볼 꼬옥, 잡고는 입맞추고. ) … 됐어, 나는. 이리 봐서 좋아. 다시 너를, 볼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 물렸다며. 괜찮아?
 
유새벽:(당신 보면서 씁쓸한 웃음 짓더니, 다시 천천히 차를 몰기 시작하고.) 다시 보니 좋다, 그렇지?
응, 물론. ...지금 그런건 문제가 아닌걸. 더 궁금한거 있어?
 
채원희:… 당연하지. ( 가만, 그 모습 빤히 지켜보고. ) … 그러면 됐어. 아까 그, 방법. 기회, 라고 했었나. 그건… 무슨 소리야, 내가 무언가 해야 해?
 
유새벽:(시선은 앞에 둔 상태로... 잠깐 당신 바라보며 웃었다가.) 그냥, 선택의 떄가 오면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전에는 내가 선택을 했으니까, 이번에는 네게 맡길게.
 
채원희:… 알겠어. ( 네가 운전중인 운전석 시트에 고개 톡, 기대고는. ) … 사랑해. 그것만, 알아둬.
 
유새벽:(잠시 차가 멈추었을 때 당신 머리카락 쓰다듬곤.) 나도 그래. 너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는걸. 세상에서 널... 제일 사랑해.
 
채원희:… ( 잠시 고롱거리다가, 너 슬 올려다보고. ) …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야?
 
유새벽:곧, 세계의 마지막이 오거든. 우리가 죽었던 곳으로 가고 있어. 기한이 4일이라고 했으니까... 도착한 곳에서 결정을 하게 되겠지. 정답은 없지만 우리가 선택하는게 곧 우리의 결말이 될거야.
 
대답을 마친 새벽은 어딘가 후련해보이기도, 울고 있는 얼굴은 아니지만 우는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빗줄기는 점점 거세집니다.
 
폭우 속에서 새벽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립니다.
 
유새벽:사랑해. 언제까지고 영원히.
 
원희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것입니다.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야 이 광경 굉장히 익숙하지 않나요?
 
비가 오는 길을 어떠한 사람과 함께 차를 타고 가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쫒기듯 잔뜩 긴장된 심장은 점점 쿵 쿵 뜀박질을 거세게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하는 새에 붙어온 좀비들은 차창에 달라붙어있습니다.
 
이어질 것은 경험하여 다 알고 있습니다.
 
점점 잦아드는 비와, 미칠 듯이 아름다운 노을.
 
그리고 누군가가 원희를 밀치는 장면입니다.
 
원희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손을 움찔 하다가 주머니에 있는 총이 생각이 납니다.
 
문득 의심이 듭니다. 만약 저기 있는 저 사람이 새벽이 아니라면요?
 
새벽은 이미 죽었고, 당신을 해하려고 누군가 꾸민 거라면요?
 
그야, 이상하잖아요. 그를 만난 순간부터 일상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저 사람은 새벽과 닮은 사람이고, 사실을 꾸며내어 당신을 속이려는 걸지도 모릅니다.
 
원희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손을 움찔 하다가 주머니에 있는 총이 생각이 납니다.
 
이 총을 협박에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선택은 원희에게 맡깁니다.
 
채원희:( … 이성적으로 생각하자면, 지금 내 판단이 맞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이 하나 간과한 것이 있다면. 내 그 시릴 정도로 이성적인 부분은, 유 새벽. 저 남자 앞에서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 되어버린다는 것 정도. 스쳐지나간 불길한 생각에 손에 잡힌 총을 문질 만지다가. … 곧,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선 차체에 기대어 가만, 새벽을 응시한다. 이것이 거짓이면 어떠하며, 꿈이면 어떠하리. 난 널 본 것 만으로도 만족하고, 그거면 됐어. … 협박하지 않습니다.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
 
새벽은 덤덤한 얼굴입니다.
 
그는... 이미 당신이 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겠죠.
 
무엇이든 네 선택이라면 받아들이겠다는 각오섞인 표정을 짓습니다.
 
여기서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자는 없겠죠. 설마요. ...
 
그리고... 점점 좀비가 많아집니다.
 
좀비로 인해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정도가 된다면 새벽은 창밖으로 섬광탄을 하나 던지고 원희가 총을 들고있든 말든 원희의 손목을 잡고 차 밖으로 달려나갑니다.
 
좀비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 장면입니다.
 
폭우가 내리는 길 두 명의 사람은 질퍽한 땅을 열심히 달립니다.
 
귓가에는 세찬 바람과 빗방울이 내려쳐 따가울 정도고 숨은 턱끝까지 멎을 정도입니다.
 
얼굴이 자꾸 젖어만 갑니다. 손으로 계속 훔쳐내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팔에 나뭇잎이 쓸리고 계속 뛴 탓에 다리는 부서질 것만 같습니다.
 
둘이 한참을 달리면 좀비의 목소리도 조금은 먼 거리에서 들립니다.
 
빗줄기는 점점 잦아듭니다.
 
바다.
 
바다입니다.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파도 소리는 귀 옆에서 들리는 듯합니다.
 
구름낀 석양이 바다에 반사되어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해내고 있습니다.
 
이 장면을 보고 싶었습니다.
 
약속했잖아요.
 
같이 언젠가 바다를 보러 가자고.
 
아직 시간이 조금 남은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더 나눠봐도 좋을 것 같아요.
 
채원희:… 무섭지 않아?
 
유새벽:무엇이?
 
채원희:… 그냥, 이 모든 상황이.
… 있잖아. 네가 죽고 난 다음부터, 나는. 바다를 보지 못했어. 가까이 가기도 싫었어. 자꾸 네 생각이 나잖아. 물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처량하고. 너무 슬퍼보여서… 보고싶지 않았어. 근데…
… 이렇게 아름다운 거였구나. 바다는.
 
유새벽:솔직히 말하자면 무섭지. 무서웠고. 물린 것도, 그래서 죽으려도 했던 것도 모두. 그렇지만... 네가 있잖아. 사랑하는 사람이, 지키고픈 사람이.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이. 그러니까 나는, 무섭다고 할 시간에 그냥 사랑한다고 말해줄래.
... 나는 내가 없어도 네가 행복했으면 했어. 바다도 보러가고, 가끔 내 생각을 해주는 걸로 족했어, 너는 언제나 빛나는 사람인걸. 언제나 내 최고인걸.
그러게, 이리 아름다운걸. 그래서 우리, 기억나? 같이 바다를 보러 가자고 약속했잖아.
지금 같이 보니 어때?
 
채원희:… 어떻게든 살아가보려 노력했어. 네가 항상 날 보고 있다 생각하니, 추하게 살아가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노력했는데. 발 밑이 푹 빠지는 기분, 계속 나는. 계속 익사하고 있었나봐. … 나는, 너 없이는 안돼.
기억 나, 내가 어떻게 잊겠어. …… 무척 아름다워, 바다. 특히나 물에 비친 우리 모습. 이렇게 예쁘고, 다정하고… 아무튼. 긍정적인 수식어가 모자랄 만큼, 아름답고. …… 사랑스러워.
… 새벽아. 있지, 만약에.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그 때도, 바다에서 보자.
네 눈은 마치 별 같아서. 물에 비친 모습을 보면, 길 잃지 않고 널 찾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아.
 
유새벽:내가 죽어도. 내가 죽는다고 해도... 그럼, 나는... 항상 널 보고있을거야. 너를 사랑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네가 어떻게 살아도 추하다고 생각할 일은 없는걸. 그저... 그냥... 네가 슬퍼하면 달래주지 못해서 나도 슬플거야. 너를 위로해줄 말도 못해줘서 괴로울거야 난... 나도 그래, 너 없이는 안 돼. 그렇게는 못 살겠어. 그정도로 네가 소중해. 그정도로 너를 사랑해...
응, 아름답지? 언젠가, 이런 날이 올거라고 생각했어. 사실 그럴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들었지만. 직접 본 바다는 이렇게 아름답네. 너와 함께라 그런가봐. 네가 없었다면 아무 의미 없는걸.
응, 다시 태어나면... 그때는 내가 널 찾으러갈게. 지금까지 너무 오래... 혼자 두었으니까.
그리고 다시 바다를 보러 가는거야. 우리 둘이서만.
길을 잃을 것 같으면 내가 널 잡을게, 너도 그래주면 되잖아. 네 눈은 별보다는 태양 같아서... 어디에서나 날 위로해주는걸. 내가 길을 잃는다면, 그때는 네가 날 이끌어줘.
 
채원희:…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주면 되겠다. 태양과 별이라니, 재미있는 조합이라고 생각해. …… 그 때는, 더 혼자 두지 마. 너 없는 동안 나는, 빈 껍질 같았으니까.
… 아름다워, 아름답네. 새벽. 새벽아.
..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몰라. 사랑해. 사랑한다고 해줘. 포옹도 해주고, 입맞춰줘. 그러니까, 다음 생까지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유새벽:보이진 않지만 항상 같이 있잖아. 응, 부디 그래줘. 혼자 두지 않을게. 너와 평생 같이 있고 싶어. 그때 만나도, 다시 나랑 결혼해줄거지?
응, 원희야. 우리 원희... 너하고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행복했어.
사랑해. 사랑하는걸. 그 누구보다 더 사랑해. 평생동안 너만을 사랑할게. 이번 생이 지나면 다음 생에도, 그리고 그 다음에도. 질문으로 남기지 않을래. 다음 생에 다시 만나도 나랑 결혼해줘. 나를 사랑해줘. (당신 꼬옥 껴안더니... 길게 입맞춘다. 인간은 이러한 찰나에 갇혀 평생을 살아가니까.)
 
채원희:( 널 꼬옥, 강하게 끌어안고. 입 맞춤에 지그시 눈 감고선 이 순간에 집중한다. 작은 하나의 감각조차 놓치고 싶지 않아. 나는, 이 감각으로 평생을 살아갈 테니까. ) … 좋아. 다음 생에도, 그 다음 생에도. … 결혼하자, 사랑해. 사랑해줄게. 그러니 너도, 나와 함께. 오래토록, 평생 살아가자. …… 너와 함께 한 매 순간이 기적이었고, 행복이었어. 사랑해. 사랑해 새벽아.
 
유새벽:사람은 행복한 찰나를 얻으려고 평생동안 고통을 감내하면서 산다고 하더라. 그런데 있잖아, 너하고 함께한 모든 순간이 소중해서. 나는 매번 새로운 행복을 겪고 있어. 모두 네 덕분인걸. (당신의 손을 슬 잡아서, 제가 끼워줬던 반지 만지작거리고.) 응, 평생을 살아가자. 영원에 가까운 시간에 닿을 때까지. 사랑해.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원희야, 나 믿어?
 
채원희:… 마찬가지야. 매번 새로운 행복, 살면서 행복한 순간을 떠올려보니. 전부 다 너랑 있던 기억이었어. ( 네 얼굴 빤히, 응시하다가. .. 어쩌면 처음으로, 부드럽게 미소짓는다. ) … 사랑해.
… 믿어. 믿고 있어.
같이, 살고싶어. 죽거든, 같이 죽고 싶어. … 전부 좋으니까, 날 두고 가지 마.
 
유새벽:네 덕분에 살아있어. 네 덕분에 숨을 쉴 수 있는걸. 네가... 네가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니야. (따라 다정하게 웃었다. 당신 앞에서만 보였던, 애정이 섞인 미소.)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해.
어디 두고 안 갈게. ... 솔직히. 네가 내 덕분에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만이 널 행복하게 했으면 좋겠어. 그래도... 이건 내 욕심이니까. 그냥 네가 행복하기만 하면 족해.
 
채원희:… 나도 그래. 그러니까, 두고 가지 마. … 바보아냐, 진작에 그랬어. 네 덕에 행복했고, 너 만이 날 행복하게 했어. 그걸, 그걸 아직도 모르면 어떡해. … 다른 사람은 안돼. 오직 너만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 사랑해. 사랑해 새벽아.
 
유새벽:... 항상 네 곁에 있을게. 너 외롭게 안 할게. 네 삶에 행복만 가득했으면 하는걸. 나도 그래. 행복한 기억들은 전부 네가 함께였는걸. 그래도 원희야. 네 모든걸 사랑해. 네 모든걸 존중해. 네가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라. 사랑해. 지금 헤어질 수도 있지만, 기다려줘. 다음생에 다시 널 만나러 갈게. 정말로 사랑해.
 
새벽은 원희에게 손을 천천히 내밉니다.
 
새벽은 절벽에서 원희를 밀 때, 바로 그 때 같은 표정으로 원희를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새벽의 손은 허공에 멈춰 원희에게 내밀어져 있을 뿐입니다.
 
원희는 눈을 한 번 깜박입니다.
 
절벽입니다.
 
배경이 서서히 일그러집니다.
 
두 번째 깜박이면
 
새벽과 처음 만난 그 거리입니다.
 
바람이 일어납니다.
 
세 번째 깜박이면,
 
절벽의 황금빛 노을과 함께인 거리입니다.
 
그리고 다시 비가 쏟아집니다.
 
하늘은 저렇게나 아름다운 황혼을 일으키는데 빗방울은 떨어집니다.
 
바닷바람을 타고 한 방울, 두 방울 하던 빗줄기는 점점 그 수가 많아지고 셀수없이 많은 비가 쏟아집니다.
 
원희, 어떤 마음인가요?
 
새벽은 우산도 쓰지 않고 그저 원희에게 손을 내밀고 있을 뿐입니다.
 
이 손은 당신을 해할 손인가요?
 
비를 맞고 있는 새벽를 이대로 보기만 할 건가요?
 
채원희:( … 해할 손일 리가 없지. 날 그리도 사랑해주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손인데. 비 맞으면 추울 텐데. … 슬그머니, 새벽에게 조금 더 다가간다. 더이상 추운 건 싫다. 네가 추운 것도 싫고, 곧장 다가가서는, 새벽을 슬 올려다보다가. … 그대로 꼬옥, 끌어안는다. 젖어서 눅눅하지만, 조금은. 조금은 따뜻하기를. )
 
유새벽:(더 이상... 널 춥게 하고 싶지 않아. 나 때문에 많이 추웠을텐데. 너를 혼자 두고 싶지 않은걸. 당신을 더 꼬옥 안습니다. 춥지 않게. 적어도 온기를 나눠가질 수 있게. 솔직히 말해서 내가 얼어죽어도 좋아, 네가 따뜻할 수 있다면. 추운가, 알 수 없어. 네가 있으면 항상 따뜻하니까.) ...사랑해.
내 마지막 여행을 함께 해줘서 고마워.
 
아 그래요 새벽과의 마지막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그와의 진짜 마지막이요.
 
우산을 쓰지 않았기 때문인지 얼굴이 계속 젖어만 갑니다.
 
비는 지칠 줄도 모르고 계속 내립니다.
 
세계가 녹아내립니다.
 
노을이 부서집니다.
 
조각조각 비처럼 쏟아져 내립니다.
 
두 사람은 손을 마주 잡습니다.
 
그 단단한 결속이 두 사람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비는 계속 내립니다.
 
어딘가 홀가분한 기분이 듭니다.
 
이제야 두 사람을 속박하는 것들이 모두 사라진 겁니다.
 
자유를 향유합니다.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 뿐입니다.
 
한 날 한 시에 죽음을 겪었던 두 사람은 한 번 더 같이 죽을 예정입니다.
 
그것 외에는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눈을 감습니다.
 
마지막까지 서로의 온기를 공유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정신이 끊깁니다.
 
분명 그리 끝났어야 할겁니다.
 
그러나, 다시 익숙치 않은 감각을 느낍니다.
 
순간적으로 폐속부터 차오른 물이 입밖으로 튀어나옵니다.
 
어질어질하고 정신을 다잡을 수가 없습니다.
 
보이는 건 해지는 하늘입니다.
 
분명 비가 오고 있었는데 지금 보이는 건 맑은 서녘하늘입니다.
 
머리에 닿는 건 모래사장입니다. 입 안은 잔뜩 짭니다.
 
옆에서 원희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원희는 고개를 돌립니다.
 
저와 같이 모래사장에 누워 희미하게 웃는 새벽이 거기 있습니다.
 
...일렁이는 황혼의 얼룩이 새벽과 원희의 얼굴에, 몸에 번집니다.
 
괜찮아요.
 
이제 헤어짐 같은건 없는걸요.
 
[END 5]
 
[함께하는 황혼이라면 반드시 행복할 거야.]
 
유새벽 생존
 
채원희 생존
 
새로운 세계에서 행복한 새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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